솔직히 난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추위를 많이 타서 밖에 못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안에 앉아서 이처럼 겨울을 노래하는 책을 읽으니 그 정취만은 마냥 좋다. 그리고 더불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주인공처럼 그런 눈썰매는 없었어도, 주인공처럼 그런 방패연을 날리진 않았아도, 주인공처럼 눈이 올때 산속에 들어가진 않았어도 시골에서 눈이 내렸을 때의 온통 하얗게 뒤덮인 산과 들은 뭔가 신비감마저 자아냈다. 어린 시절에 그런 걸 느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생각하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얘기다. 당시는 그냥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겨울이 안내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겨울을 실컷 즐기는 아이. 처음에는 연을 날리려고 방패연을 들고 나갔지만 겨울은 꼬마 아이에게 눈까지 선물해준다. 겨울은, 겨울이 이런 것이라고 안내하듯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겨두고 때로는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기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즐긴다. 언덕에서 연을 날린 아이는 줄을 끊었나 보다. 얼레만 손에 든 채 이제는 겨울에게 자신의 썰매를 자랑하며 언덕을 단숨에 내려와버린다. 만약 겨울이 눈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루 종일 겨울과 함께 다녀서 정이 들었기 때문인지 꼬마는 겨울에게 집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지만, 겨울은 정중히 거절한다. 대신 꼬마는 겨울이 내일 다시 올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친구라면 내년에도 또 초대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매년 그맘때면 돌아오는 계절을 '초대'하겠다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이 그림책은 한 편의 시 같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림책에서 글이 이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보긴 참 오랜만이다. 눈 온 숲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서는 <부엉이와 보름달>의 분위기가 느껴졌고 겨울과 함께 돌아다니다 집으로 초대하는 모습에서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나그네의 선물>이 떠오른다. <나그네의 선물>에서 집으로 데리고왔던 나그네가 떠나니 그제서야 깊은 가을이 왔지, 아마. 설정이야 다르지만 겨울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나 보다. 여하튼 겨울이 깊어가는 어느 날, 멋진 그림이 있는 시 한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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