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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작성자
이정향
등록일
Nov 20, 2014
조회수
6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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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을 경쾌하게 외치며 어떤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름만은 정확히 기억난다. 아마 이름이 길어서 벌어진 이야기를 희화화해서 보여줬던 게 아닐까 싶다.  

이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사진

티키 티키 템보

아를린 모젤 글/블레어 렌트 그림 꿈터 | 2013년 10월

  처음에 <티키 티키 템보>라는 책을 읽었을 때 김수한무가 생각났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읽어주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인데 읽어주고 나서 꼭 덧붙이게 되는 말이 있다.

  "얘들아, 우리나라에도 이거랑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건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라는 이름이 있었대."

하며, 열심히 운율까지 섞어서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아이들은 본 적이 없으니 별 감흥이 없을 수밖에. 그런데 바로 그 김수한무가 그림책으로 있었다. 나온 지 꽤 됐는데 왜 이제야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만났으니 다행이다. 

이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사진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소중애 저 비룡소 | 2012년 01월

  이 책을 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재미있단다. 물론 읽어줄 때 이름이 길어서 숨을 크게 한번 쉬고 시작해야 하지만 이름을 이미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 읽어주면서 티키티키 템보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친구는 완전한 이름까지 읊는다. 그 긴 이름을 어떻게 다 외웠냐니까 그 책 읽어줬을 때 빌려가서 외웠다나.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티키 티키 템보>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은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다. 복을 많이 가지라고 긴 이름을 지어주지만 정작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긴 이름 때문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는 구조. 그러나 세부 내용은 물론 다르다. <티키 티키 템보>의 경우 중국의 이야기지만 작가는 중국인이 아니라서 의아해했더랬다. 중국에서는 큰 아들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풍습이 있는데(그러고 보니 서양에서도 장자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기 때문에 둘째 아들부터는 혼자 헤쳐나가거나 돈 많은 신부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여러 문학에서 보았다. 인류의 발전과정을 보면 동서고금 비슷한 점이 많다. 아마 인간의 기본 습성이 그러한가 보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긴 이름을 지어준다. 반면 둘째에게는 '챙'이라는 별로 의미없고 단순한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데 그 긴 이름 때문에 사단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우물에 빠졌는데 이름을 정확히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서 구조가 늦어진 것이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도 비슷하다. 노부부가 늦게 얻은 귀한 아들에게 오래 살라고 긴 이름을 지어줬는데 누군가가 아들의 이름을 줄여서 부르면 화를 내기 때문에 결국 큰 일이 나고 만다. 아들이 저수지에 빠져서 일분 일초가 급한데 이름을 제대로 부르느라 시간을 낭비했던 것이다. 두 이야기가 우물과 저수지라는 차이는 있지만 물에 빠진 급한 상황이 비슷하고 이름을 짧게 줄여서 부르는 걸 싫어하는 부모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론 나중에는 이름을 짧게 불렀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권 모두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책이라는 점 또한 비슷하다. 

이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사진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신형건 역/신시아 라일런트 저 보물창고 | 2004년 11월

  그런가 하면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도 있다. 이름이란 단순히 나를 나타내는 기호를 넘어서 나를 규정하고 존재를 인식하게 만드는 의미까지 들어있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글쎄, 만약 이 책을, 나이 마흔이 넘으면 사는 낙이 있을까 의아해했던 20대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감동을 받았을까 싶지만 내가 이 책을 만났을 시점에서는 엄청 감동받았다.

  할머니는 무엇에든 이름 지어주는 걸 좋아하지만 곧 헤어질 것에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곧 교체해야 할 문이나 할머니보다 먼저 사라질 것 같은 것에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이다. 하긴 할머니가 이름을 짓게 된 계기도 할머니보다 오래 살아서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줄 친구가 없기 때문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자 먹을 것은 주지만 이름은 지어주지 않는다. 강아지와 인연을 맺으면 강아지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한동안 찾아오던 강아지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는 뭔지 모를 쓸쓸함을 느낀다. 결국 강아지를 찾기로 결심하고 수소문하던 중 강아지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제서야 할머니는 깨닫는다. 이름이 단순히 글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있었던 추억도 생각나게 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규정짓는다는 것을. 김춘수의 시 <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앞의 두 권의 책이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이름 지을 때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반면 세 번째 책은 이름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어차피 이름이란 내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부르는 것이기에 타자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당하고 부르기 좋은 이름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 번째 책을 보면 자신을 규정하기에 지극히 내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를 생각하면 함부로 살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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